- 제식+수류탄 -

[D-17]

월요일


오늘 역대급으로 추웠다

오늘 아침 감기환자가 속출함

아침 점호 뜀뛰기 열외자들 미친 듯이 나왔음

진짜 너무 추웠음

손 얼어 뒤지는 줄

추워서 이것저것 막 껴입고 싶은데

입을 게 없는 곳이 바로 군대임

추울 때 끼라고 준 장갑도 겨우 목장갑임

너무 추워서

뜀뛰기 할 때도 야상이랑 깔깔이도 안 벗고 뜀


오늘 아침에 나온 쇠고기 뭇국은

그냥 소금 그 자체였음

짜서 먹을 수가 없네


아침먹고

오전 교육으로 맨손 제식, 소총 제식 함

맨손 제식은 원래 그냥 맨날 하던 제식임

맨손 제식 연습하고 평가하면서

연병장 20바퀴 넘게 돌은 듯

날은 추운데 계속 걷다 보니 더워서 땀 겁나 흘림

그 다음으로 소총제식 배웠는데

제식 하는 내내

총 무거워서 어깨랑 팔 아팠음

오전 교육만으로도 다들 녹초 됨.. 개 힘들다


점심 개똥

아귀찜인데 고기는 없고

건새우 무침인 줄

국도 싱겁고

나머지 반찬은 김치, 콩나물뿐

개똥


 오후 훈련으로는 수류탄함

다행히 수류탄 교장이 우리 생활관하고 5분 거리에 있었음

분명 1시에 도착했는데

4시까지 연습+대기하다가 끝남

수류탄 던지는 거는 1분밖에 안 걸리는데

너무 시간낭비+개고생함

훈련할 때 시간낭비 좀 개선해줬으면 좋겠음

  대기시간이 너무 많다

차라리 그 시간에 딴 걸 시켜주던지..


아니 근데 왜 쓸데없이 소총을 들고 다니게 하는지

총을 계속 어깨에 걸고 있어야 돼서 어깨 너무 아프다

소총 어깨에 걸고 조그만 걸어도 죽을 맛임

개무거움


수류탄..

연습할 때는 아무 느낌 없었는데

막상 진짜로 던지려니까 머리 하얘지면서 겁나더라

던지기 전에는

'이렇게 한 다음에 이렇게 해야지'

하고 시뮬레이션을 완벽하게 해도

실전에서는 다 까먹더라


신기한게

수류탄이 자신의 생각대로 잘 안 날아가더라

일정 높이 이상 던져야 통과인데

겨우 통과하는 사람 은근 많더라


근데 진짜 던질 때

무의식적으로 안전핀도 같이 던지게 되네..

던지기 전에는

'안전핀도 던지는 바보가 어딨어ㅋ'

이랬는데

내가 그 바보가 되어있다

나뿐만 아니라

다들 수류탄 던질 때 같이 던져버리더라


수류탄의 안전핀이 소총의 탄피와 같은 존재라고 함

그래서 안전핀의 분실 방지를 위해 안전핀 회수 고리를 결합함


수류탄이 진짜 수류탄이 아니라

연습용 수류탄이라서

터지면 작은 폭발과 함께 노란색 연막이 나온다


오늘 제식, 수류탄 하면서

전투복, 전투화 모래투성이 됐네..


훈련 다 끝나고 바로 일일 체력 단련함

으악 힘들다


오늘은 연목 안보내줘서

세면장에서 샤워함


야외훈련 개힘든데

그나마 그나마 그나마 시간은

조금이라도 빨리 가서 좋다



+

훈련소에서 사람들이 하는 말의 99%가 구라라고 하는데

그게 납득이 된다

수다 떨다 보면

막 자기가 사회에서는 뭐 이것저것 했다고 하는데

듣다 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일반인이 할 수 없는 것들을 했다고 한다

어차피 훈련소 안에서는 보여줄 증거가 없으니

다들 입을 너무 막 터는 듯


+

진짜 이제 완벽적응해버렸다

원래 이런 외부에서는

밥 잘 못먹고 많이 못 먹는데

이제는 완전 잘 먹고 완전 잘 쌈


+

부식 중에서 상하지 않는 것들은 무조건 쟁여둬라

관물대에 넣어두면 혼나니까 개인 가방에 몰래 숨겨놔라

가끔 밥이 개똥일 때가 있다

그때를 대비해서 무조건 쟁여두었다가

밥 대신에 먹어라


+

진짜..

사람들 너무 군기가 없다

일단 시간 약속 안 지키는 건 기본임

2시까지 집합하라고 하면

절대 2시까지 집합안함

2시에 한 두 명 있을 정도..

간부들도 슬슬 빡치기 시작함

일주일 넘게 지났는데 시간도 엄수 못한다고..

내가 봐도 너무 심각하고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긴 함

이 곳은 시공간이 뒤틀렸기 때문에

다들 적응을 못하는 건가?


+

이제부터 경계근무 시작이네

오늘 밤부터 교번 1번, 2번부터 경계근무 슨다고 함


+

이제 2주만 버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