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생각이 없다 -

[D-16]

화요일

1시 불침번


날이 갈수록 너무 추워진다

새벽에 잠깐 깼는데

추워 뒈지는줄

아침점호하러 나갈 때도

넘나 추운 것


오늘부터 우리 소대가 배식소대라

아침점호 생략하고 바로 밥 먼저 먹음

잉?

국이 순두부 찌개인데

메인메뉴가 마파두부네

두부파티 오짐


아침먹고 정신교육 했는데

강의해주시는 교관 별로였음

처음부터 가오 오지게 잡고 멋진척 오짐

게다가 형식주의자여서

쓸데없는거 다 강의해주시더라

강의 끝나고 팀별로 토의시키고

발표까지 시킴..

힘든 시간이었다


강의 끝나고 점심먹음


저번에 빨았던 방독면들 다

한 생활관에 모아두고

조립하더라


이후

생활관에서 뭐 해야한다고 해서

다들 강의장으로 쫓겨남

1시 반부터 5시까지 강의장에 갇혀있었음


2시부터 개인소총 동영상 시청하고

3시부터 5시까지 자유시간

중간에 정훈평가 기출문제 풀고

5시에 정훈평가 시작함

정훈평가 100점 받으면 전화포상준다고 했는데

문제 거지같음

말장난 오짐

100점은 불가능해 보이더라

문제가 너무 그지같다 진짜


근데 신기한 것은

시험을 OMR카드로 보더라

이런 곳에 이런 문물이 있을줄이야


정훈평가 끝나고 저녁먹음

아 오늘저녁에 과일푸딩 나온다고 했는데

과일푸딩은 어디가고

그냥 파인애플주스가 나오네.. 힝


저녁먹고

아까 조립해둔 방독면들 다 가져감


부식으로 맥향, 피자빵 나옴

맥향은 인절미 같은 건데

인절미 존맛이네


요번주에 화생방 훈련갈 때

군장메야 된다고 해서

저녁점호 때 군장 교육받음



+

이제 12일이 지났는데 날짜 개념이 사라져 버렸다

초기에는 수료까지 얼마 남았는지

매일매일 두근대며 날짜 계산했는데

이제는 디데이를 세도 아무 감흥이 없다

얼마 남았는지.. 몇 시간 남았는지..

계산을 해도 의미없고 아무 생각이 없다

오늘이 몇 일인지도 무슨 요일인지도 생각이 없다

단지 흘러가는 시간에 의식을 맡길 뿐이다


+

배식 절대하지 마라

너무 힘들어 보인다

아침배식하고 끝나고 바로 오전교육받으러가고..

또 바로 점심배식하러 가고 또 끝나고 바로 오후교육받으러 가고..

또 바로 저녁배식하러 가고..

인간의 삶이 아니다

군대에서 너무 열심히 사는 것 같다

교육도 교육하고있는 중에 들어와서

앞부분 교육 제대로 듣지도 못한다

휴식시간도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

망했다

이 곳에서는 성욕감퇴 오진다

아무리야한생각을 해도 

야한 수다를 떨어도

아무런 감흥이 없다

진짜로 국에다가 성욕감퇴제를 넣은 것이 분명하다


+

분대원들의 치약, 샴푸들이 하나씩 없어지기 시작했다

물건 간수 잘해라


+

사회에서는 하나도 안 무서웠을 괴담이

여기에서는 미친 공포감을 유발한다

분대원들과 자기전에 훈련소괴담을 나눴는데

무서워서 잠 못 잤다

괴담의 내용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훈련소에 관한 이야기이다 보니까

더 무서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