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후기-


벌써 아동센터에서 근무한지 1년이 넘었다


아직도 1년 밖에 안됐다니

남은 1년이 길게만 느껴진다


아이들과 같이 있어서 그런걸까

지난 1년을 되돌아보니

그동안의 추억이 많이 남아있다

좋은 추억이 생각날 때면

아동센터로 오길 잘한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좋은 추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끔찍한 추억들이 떠오를 때면

센터 탈출하고 싶다


남은 복무기간

좋은 추억으로 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에는 아이들하고 놀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직원들이 시키는 행정업무 도와주고

아이들 공부 봐주고

공부 다하면 같이 놀아준다

팔씨름, 빙고, 가위바위보해서 맞기, 끝말잇기, 종이접기, 그림그리기 등등


하악

힘들다

아이들과 놀면서 시간을 보낸다고 좋은것만은 아니다

아이들과 같이 있으면

기가 빨린다

아이들은 지치지 않는다

지치지 않는 에너자이저들 때문에

출근 할때는 말짱했던 텐션이

퇴근할 때가 되면 점점 다운되어

나중에는 멍한 상태가 된다


방학이 되면 센터는 지옥이 된다

방학에 아이들은 나랑 똑같이 아침 10시에 센터에 온다

출근하고 퇴근할 때까지 아이들하고 하루종일 있다보니

시간이 안간다

드럽게 안간다

아이들하고 하루종일 있었던 것 같은데

시계를 보면 아직 퇴근까지 6시간이나 남아있다


아이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아이들이랑 오래있으면 오래있을수록

시공간이 휘는 것 같다

아니

휘는 것이 분명하다

아인슈타인도 밝히지 못한

아동상대성이론이 존재하는 것이 분명하다


방학때는 기가 더 빨린다

아주 그냥 쪼옥쪼옥 빨린다

아이들이 아침부터 센터에 갇혀(?)있다보니

학교 운동장에서 뛰어댕겨야 할 에너지를

센터에 다 쏟아내고 간다

그 많은 아이들의 에너지를 하루종일 받아줄 힘이없다

(애들아...  사.. 살려줘)


여름방학은 그나마 좀 낫다

여름에는 휴가 놀러간다고 센터에 안나오는 애들이 많다

겨울방학은 씹 헬이다

다들 추위를 피해 센터에 옹기종기 모인다


방학 때가 되면 중고등학생들이 봉사를 하러 온다

보통 1명에서 4명정도 온다

봉사자들은 아이들 공부 봐주고

아이들하고 같이 놀아주고 청소를 한다


아니..

가뜩이나 센터 좁아 터졌는데

봉사자들까지 오니까

센터가 더 정신없다

아이들보다 봉사자가 더 시끄러운 경우도 있다

아무튼

방학은 헬이다



아동센터에서 근무하다 보면

얻는 것도 은근 많다

명절이나 어린이 날 같은 특별한 날에

센터에 후원이 들어오는데

내꺼까지 들어온다

개이득ㄳ


한두달에 한번정도 문화체험이나 견학을 가는데

나도 같이 가서

영화도 공짜로 보고

뷔페에서 꽁밥 먹고

수영장 놀러가고

놀이공원 놀러가고

신기한 곳 재미있는 곳 체험한다

개이득ㄳㄳ


또한

아이들한테 얻는 것도 많다

주로 먹을 것을 얻어먹을 수 있다

매일매일 먹을 것을 가져오는 보급병(?)들이 있는데

과자나 불량식품 등 얻어먹는다

역시 남의 것 얻어먹는게 제일 맛있다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져오면

나한테 빌려주는데

은근 재미있다

개이득 ㅅㄱ



아이들을 보면서 배울 것도 많다

수많은 아이들을 보면서

그리고

그 아이들의 부모들을 보면서

"나는 나중에 아이 키울때 이렇게는 키우지 말아야지"

또는 "이런 부모는 되지 말아야지" 등과 같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을 미리 배울 수 있다



수많은 아이들 중에

당연히 이쁜아이가 있고

미운아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내가 생각하는

이쁜아이 TOP3


1. 한번 말하면 듣는 아이

"애들아 이거 하자~" 라고 했을 때

대부분의 아이들은 말대꾸하고 한번에 말을 안듣는다

"네" 하고 대꾸 없이 말 잘듣는 아이가 가장 예쁘다

이런 아이들한테는

정신적으로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다


2. 인사 잘하는 아이

가장 기본적인 것

나한테까지 인사 안해줘도 별 상관은 없지만

다른 선생님들한테 인사 꾸준히 하는 아이를 보면

그 아이를 좋게 볼 수 밖에 없고

호감이 생길 수 밖에 없고

뭔가 대우를 잘 해주고 싶은 맘이 생긴다


3. 잘 먹는 아이

밥 먹을 때 편식 안하거나 잘 먹는 아이를 보고 있으면

자동으로 미소가 나온다

잘 먹는 아이들에게는

몰래 더 맛있는거 주고 싶더라



극혐인아이 TOP3


1. 때 쓰는 아이

지 맘대로 안된다고 때 쓰고

징징거리고

쮸발

보기만해도 짜증 확 난다


2. 말 안듣는 아이

쮸발

한번 말하면 그냥 좀 해라

어차피 나중에 혼나서 하게 될꺼

쮸발

이런 아이들이 스트레스의 주 원인임


3. 오바하는 아이

보기만 해도 짜증남

관심주면 더 날뜀

그래서 그냥 병먹금하고 무시함




내가 처음 아동센터에 왔을 때만 해도

내가 선생님이 되었다는,

아이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부담감을 내려 놓고자

아이들한테 선생님이라는 이미지 보다는

재미있는 동네 형오빠같은 모습을 많이 보여주면서

아이들한테 다가가니까 확실히 마음이 편해지면서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었다



많은 아이들 중에

나랑 마음이 맞고 장난 코드가 맞는 아이가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그 아이랑 주로 같이 있다보면

정신적으로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고

그나마 시간을 조금 더 빨리 보낼 수 있다



모두 근무지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소해까지 잘 버텨내길~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