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집해제 D-100]

하루하루 반복되는 지겨운 일상

현실감각이 사라진 지 오래다

오늘이 몇 월 며칠인지도 모를 정도로 의미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근데 벌써 소집해제까지 100일밖에 안 남았다니..

안 믿긴다

센터에서 일한 지난 1년 8개월을 돌이켜 보았지만

뭔가 한 게 아무것도 없다

나이만 먹었다

 

뭔가 특별하게 한 것도 없이 이렇게 시간이 많이 흘렀다니

남은 100일이 아깝게 느껴졌다

앞으로 남은 100일이라도 의미 있게 보내야 된다

남은 시간이 아깝다

시간이 천천히 흘렀으면 좋겠다

근데 역시

시간이 필요하니까 시간은 더 빨리 흘러갔다

진짜 D-100일부터 시간이 엄청 빨리 갔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소집해제 D-21일이 되었다

 사실상 오늘이 마지막 근무 날이다

남은 연가 몰아 썼기 때문에

이제 3주 뒤 소집해제날에 잠깐 출근하면 된다

참고로 소집해제 당일에는 연가 병가 못쓴다

 

신기하다

여기서 보낸 시간이 별로 안된 거 같은데

되게 오랜 시간이 흘렀다

내가 센터에 처음 왔을 때

2학년 쪼꼬미였던 애가

벌써 4학년이 된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안 믿긴다

신기하다

시간 왜 이렇게 빠른 거냐

 

센터장님, 복지사 선생님, 주방 도우미 선생님과 마지막 인사를 했다

애들하고 정드니까 섭섭하다

내가 마지막 날이라고 하니까

마지막 퇴근까지 같이 기다려준 애들

맛있는 거 사주고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애들이랑 인사했다

이제 여기 센터 다시는 올 일이 없겠지

ㅂㅂ

 

 

 

[소집해제 하루 전]

구청에서 전화가 왔다

내일 소집 해제하러 구청으로 오라고 한다

몇 시에 가야 되냐고 하니까

편한 시간에 오라고 한다

센터장님한테도 전화가 왔다

원래는 소집해제 날에도 정상출근 정상근무지만

그냥 내일은 구청만 가라고 하셨다

 

 

 

[소집해제 당일]

집에서 점심 먹고

구청 안전총괄실로 갔다

가서 소집해제증 받고

간단한 서류 작성하고

끝났다

드디어 인생의 걸림돌 하나를 해치웠다

구청에서 나오면서

지난날들이 생각나더라

그지 같았던 훈련소

아동센터로 첫 출근 했던 날

교육받으러 갔던 날

센터장 바뀐 날

각종 센터에서의 추억들 등

 

ㅋ 신기하다

소집해제날 꿈에서

센터로 가서 소집 해제하는 꿈 꿨다

옛날에 퇴소했던 애들이 꿈에 나와서

소집해제 축하해주는 꿈...

 

 

 

...

소집해제를 한지 며칠이 지났다

아직까지 실감이 안 난다

계속 하루 종일 공허한 기분이 든다

아직 소집해제가 적응(?)이 되질 않는다

지금 이 시간이면 시끌벅적하고 정신없어야 되는데...

뭔가 어색하다

 

 

 

쮸발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하다

내 2년이라는 시간...

벌써 2살이나 더 먹었다

쮸발쮸발

 

 

 

이상.

다음에는 아이들에 대한 후기 업로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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