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년 동안 아동센터에서 근무한 것에 대해 만족한다

만족하는 큰 이유는 바로 아이들 때문이다

 

아동센터에서 근무하면서

내 동년배들은 하기 어려운 경험을 해서 좋았다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과 소통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은 것이 바뀌었다

 

진짜

2년 전의 나와 비교를 하면

내가 지금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낀다

 

아이들을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성격에서 아이들을 좋아하는 성격으로 바뀌고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고

아이들은 대하는 법을 배우고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가지게 되었다

 

 

 

초기에는 아이들 때문에 정말 고통스러웠다

성인들끼리 처음 만났을 때는 서로 예의를 지키면서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면이 있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선 넘어서 막 들어온다

아이들을 싫어하는 성격이고, 아이들을 대하는 것이 처음이다 보니

아이들이 다가올 때마다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아이들한테 스트레스도 받고

그냥 아이들이 무서웠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느꼈다

"아이들은 아이들이다"

음.. 이게 무슨 느낌이냐면

성인들은 자기 자신마다의 색깔이 있어서

이 사람 다르고 저 사람 다른데

아이들의 경우

아무리 애가 말썽을 부려도

아무리 애가 아기처럼 행동한다고 해도

아무리 애가 영악해도

아무리 애가 성숙하다고 해도

아이들은 "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느낌?

"아 역시 애들은 애들이구나"라는 느낌?

 

아무튼 아이들이랑 매일 같이 있다 보니

아이들이랑 친해지면서 아이들에 대한 거부감이 점점 사라졌다

나는 여기서 아이들이랑 더 친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아이들이 나를 어른이나 선생님으로 생각하기보다는

그냥 나이 쬐끔(?) 더 많은 형이나 오빠처럼 편하게 생각해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어른(?)의 모습을 다 내려놓고 친구처럼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아이들의 짓궂은 장난 다 받아주고

알고 있어도 모른 척 당해주고

약간 멍청미 보여주고

별거 아닌 거에도 리액션 크게 해주고

하루 종일 같이 놀아주고

이것과 더불어

흔히 말하는 라포 형성을 위해 노력했다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도 좋지만

대화를 통해 공감대를 찾고 신뢰감을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한테 많이 질문하면서 그 아이를 파악하고

그에 따라 나도 아이에게 내 얘기를 하면서 서로 가까워지도록 노력했다

 

여자 아이의 경우에는 

아이돌, 연예인, 유튜버와 관련된 얘기를 하면서 공감대를 찾고

고민상담이나 썰을 풀어주면서 라포 형성을 했다

남자아이의 경우에는

게임과 관련된 얘기를 하면서 공감대를 찾고

게임을 같이 해주면 라포 형성 끝난다

 

이렇게 하다 보니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아지고

아이들이 나를 잘 따르게 되었다

내가 하자는 대로 하면 다 해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니까

뭔가 권력(?)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근데 아이들한테 인기 많은 것도 힘들다

수십 명의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받아주다 보면

육체적,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받고

어느 한순간에 기운이 쭉 빠진다

'내가 언제까지 애들 받아줘야 되지?'

'그냥 조용히 지낼 걸 그랬나'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들면서 아이들이 귀찮아질 때도 있다

 

 

 

아이들한테 친구처럼 편하게 다가갈수록

남자아이들은 오히려 나를 우러러본다고 해야 되나

나를 뭔가 대장(?)으로 모신다고 해야 하나

더 예의가 있어진다고 해야 되나

 

근데 여자아이들은 나를 좀 깔본다고 해야 되나

나를 뭔가 적대적으로 대한다고 해야 되나

뭔가 현실 남매 같은 관계가 된다고 해야 되나

 

내가 어떤 아이와 투닥투닥거릴 때

남자아이들은 내편 들어주는데

여자아이들은 내편 안 들어줌

ㄹㅇ 여동생만 수십 명 있는 기분임

 

 

 

소집해제 후에도

아이들한테 연락이 온다

 

 

아이들이 제일 많이 보내는 것은 행운의 편지이다

이건 모든 아이들에게 종류별로 다 받아본 듯

 

 

 

 

 

그다음으로 많이 보내는 것은 게임 초대나 어플 초대다

 

 

 

 

 

중학교 애들은 공부 관련해서도 많이 물어본다

 

이 외에도 갑자기 자기 셀카를 보낸다거나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을 보내기도 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같이 놀자고 부르기도 하는데

가끔 가서 같이 놀아준다

 

어쨌든 만족한다

내가 만약 아동센터가 아닌 다른 기관에서 근무를 했다면

못 만났을 인연들이라 생각하니

아동센터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친한 동생들 생겨서 좋다

 

 

 

이상.

다음에는 사소한 아동센터 썰들 업로드 예정